송주헌 전국학교영양사회장  

너무나 가슴이 먹먹했다.

감당할 수 없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극단적 선택은 12시간 이상 격무에 시달리며 민원의 최일선에서 이를 들어야 하는 학교 영양사들의 삶을 대변한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는 전국 11,800개교에서 학교급식이 100% 실시되고 있으나 정작 2ㆍ3식 급식을 하는 학교의 경우 급식 업무를 수행할 영양교사 및 학교 영양사는 대부분 1명에 불과한 현실이 있다.

학교급식의 과중한 업무도 문제다. 보통 학교급식이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점심시간만 떠올린다. 그러나 야간자율학습 및 기숙사를 운영하는 학교에서는 아침과 저녁도 제공한다. 2식 이상 급식제공 학교의 연간 급식 횟수를 비교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1식을 제공하는 학교의 연간 급식횟수는 190회/190일인데, 2식을 제공하는 학교는 500회/250일로 2.6배에 달한다. 3식 학교의 경우 810회/270일로 1식 학교에 비해 무려 4.3배나 업무가 과중하다.

이런 현실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1식만 제공하는 학교에 비해 2ㆍ3식 학교는 영양교사 및 학교 영양사가 기존 1명보다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현실은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 1식과 동일하게 한 명이 총괄 운영하다 보니 영양관리와 더불어 위생적인 조리와 급식단계별 안전관리, 급식인력 관리까지 초과 근무와 과도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2식 이상 급식학교의 적정 인원 배치 및 교대근무 체계의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대한영양사협회에서는 그동안 관계 부처에 정원 및 예산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건의, 연구 및 정책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2ㆍ3식 학교의 추가 인력 배치를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늦게나마 2ㆍ3식 학교에 1명씩 추가 인력배치가 시작되고 있으나 전체 2·3식 학교에 모두 배치되기에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한, 올해 4월 1일자로 ‘영양사신문’을 창간해 현장 영양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영양사 신문고’ 운영을 통해 업무 현장에서의 고충을 듣고 있으며, 학술대회 등을 통해 경력직 영양사들이 신규영양사를 위한 멘토링을 실시하는 등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다각도로 애쓰고 있다.

식단 수정을 열 번 스무 번씩이나 했던 20대 학교 영양사의 죽음은 어느 한 개인 영양사의 문제만이 아니다. 혼자의 노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데 1인이 일선에서 맞부딪치는 민원 처리와 과도한 업무수행에 대한 타당성 검토나 해결을 위한 시스템 마련이 없이 참고 견디라는 현실이 원인이라 생각된다. 더 이상 영양사들이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정부는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고, 이제는 그 해법을 내놓을 때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혼자서 근무하는 영양사들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주위를 돌아보고 선배로서, 동료로서, 후배로서 함께 힘이 되어 주고 격려와 위로를 줄 수 있는 마음과 적극적인 나눔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아무도 그를 보호하지 못했던 냉혹한 지금의 현실이 동료영양사로서 가슴 저미도록 매우 안타깝다.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없기를......

영양사의 마음을 모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