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양사신문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의 보호대상 확대는 고무적이다.

그런데 2017년 2월 교육서비스업인 학교급식을 기관 구내식당업으로 판단, 음식점업으로 업종분류 변경하면서 학교급식 종사자들이 산안법에 적용되었다.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으로 2020년 1월 16일부터, 학교(초등·중등·고등 교육기관, 특수학교·외국인학교 및 대안학교) 내의 교원 및 행정 사무종사자를 제외하고 화학약품을 다루는 과학 실무사, 청소 및 시설담당자 등 학교 전반으로 확대 적용된다.

교육감을 사업주로 하고 각 학교의 영양교사 및 영양사를 산안법의 관리감독자로 선임하려는 눈치가 보인다. 학교급식이 우선 적용대상이라고 말이다.

영양교사 및 영양사는 크게 세 가지의 법령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

첫째, ‘국민영양관리법’에 따른다.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영양·식생활교육 및 상담 등의 직무를 수행하고, 식중독이나 그 밖에 위생과 관련한 중대한 사고 발생 시, 그 책임에 따라 면허정지 또는 면허취소가 된다.

둘째, ‘학교급식법’ ‘초중등교육법’에 따른다.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양질의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고 교육의 일환으로 일정한 지도 목표를 설정하여 계획적으로 실시한다.

셋째, ‘식품위생법’에 따른다. 식품으로 인한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 보건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식품위생법 제88조 제2항의 제3호는 영양교사 및 영양사를 두고 있는 경우, ‘급식을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그 업무를 방해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영양교사 및 영양사는 식품영양학 전공인 및 영양교육전문가로서 위의 법을 준수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다.

그리고 식품위생법 및 학교급식법에 의하여, 일 년에 3~4차례 식약처, 시 합동, 학부모 동반 교육청 등의 위생점검과 위생관리에 따른 식중독 관리 업무를 수행하기에도 벅차다. 

학교급식법에 의하여, 매달 시행하는 식단에 따른 부식물품구매 입찰은 마감 날짜 맞추기에 급급하고, 친환경 급식에 따른 부식구매의 이원화, 영양 수업에 따른 교재 연구, 학생, 교사, 학부모의 민원 처리, 수시로 고장 나는 시설관리, 조리종사원의 인력관리, 매달 적정 배분의 예산관리, 배식관리, 우유급식관리, 소모품 관리, 각종 공문서처리, 기타 행정업무 등 다 나열할 수가 없다.

영양교사 및 영양사에게도 근무 시간은 하루 8시간이다. 신이 아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포기 한지 오래되었다.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려면 주 52시간 근무는 그림의 떡이다. 야근 수당 없는 야근은 밥 먹듯 해야 하고, 그도 저도 아니면 아예 일 보따리를 싸서 집으로 가거나 주말이면 출근하기 다반사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소신껏 교육급식이 되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근로자(조리종사원)들에게 행정을 위한 행정의 위험성 평가,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를 하였다. 산업안전보건의 지식이 없으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었다.

이제는 산안법이 적용되었으니,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전문가에게 맡겨서 법 개정의 취지에 맞추어야 한다. 그것이 근로자들이 법 개정을 원했던 바일 것이다.

비전문가인 영양교사 및 영양사에게 고작 몇 시간의 교육으로 산안법 적용에 대한 책임을 전가시켜서는 안 되며 우리를 억압하는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된다.

한 어깨에 두 짐을 질 수는 없다. 하나를 얻기 위해선,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등가 교환의 법칙’ 은 자연의 섭리이다.

우리 영양교사 및 영양사들은 계절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식품위생법 및 학교급식법에 명시된 책임들을 완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산안법의 관리감독자의 책임을 떠안을 수 없다.

법 개정에 따른 예산 수반은 당연한 결과이다. 적재적소의 예산 집행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바란다. 

그리고 인디언 속담에는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온 동네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학교 내 모든 선생님은 다양한 학생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위하여 나름의 교육관으로 헌신 한다. 이러한 특성의 교육기관에 맞지 않는 산안법을 학교교육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과 같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은 산안법이 성공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각 부처 및 현장 관계자들의 많은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 실정에 맞는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