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가져왔다. 학교급식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 상황이 바뀔 때마다 급작스럽게 등교나 개학에 관련 지침이 계속 변경되면서 식단 작성 및 급식품 발주는 상시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긴박하게 처리하느라 근무시간 이후까지도 드러나지 않는 업무를 해야 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오해받기 일쑤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빈번한 발주 변경이 빚은 납품업체와의 마찰도 고스란히 영양교사의 몫이었다.

배식 시간이 평소보다 3배 이상 길어졌다. 왜 그런지를 생각해봤다. 식수는 줄어들었지만 소량이라도 납품이 가능한 업체를 찾아 허덕이고, 어렵게 구한 업체도 발주량 변경에 따른 취소가 불가능해 다시 통사정을 하는 과정의 반복으로 식자재가 학교 내에 들어오는 과정만도 파란만장했다. 학생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여 제공했던 간편식은 학생과 교직원의 불만이 되어 돌아왔다. 또한, 조리 시에도 감염병 예방을 위해 전 과정에서 기기·기구의 소독과정이 추가되다 보니 조리 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시차배식에 따른 배식 시간만도 큰 학교는 3배 넘게 소요되는 일련의 과정이 매일 반복되다 보니 전쟁터 같은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수한 상황인데도 등교 개학 후, 한 달 동안 점검기관만 달리한 점검도 반복적으로 실시됐다. 교육청 위생 점검, 식약처 합동 위생 점검, 구·군 교차점검 등 주체만 다른 점검이 이어지면서 많은 학교를 방문하는 점검자에 의한 감염까지 우려되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학교 급식실에 대한 모든 점검은 그대로 실시되어 영양교사를 비롯한 급식 종사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겼다.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기준은 엄격하다. 그러나 학교 급식실에서 제대로 지키기에는 어려움이 너무 컸다. 당장 식판과 수저를 일일이 나눠주는 인력이 추가로 필요했고, 식탁 회전수가 나오지 않아 가림막을 설치한 학교에서는 가림막 소독이 일거리 폭탄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병설 유치원이 있는 초등학교의 경우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일곱 번의 간격을 두고 배식과 식탁 소독을 반복해야 했다.

사실 학교에서 급식실이 제일 위험한 곳이다. 밀집도가 높고 마스크를 벗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딱 그만큼 영양교사들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방역과 소독을 철저히 함은 물론이고 급식 위생·안전을 엄격히 살피고 아이들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식사 내용을 꼼꼼하게 챙겼다.

또다시 ‘되돌이’다. 벌써 세 번째 전면 수정을 했다. 2학기 등교 개학이 전체 학생의 2/3 수준에서 다시 1/3 수준으로 바뀌면서 전체 업무가 조정되어야 했다. 당초 전교생 인원으로 계획했던 급식 물량을 실제 등교 학생의 물량대로 변경하는데 1일 약 30여 품목이다. 나이스 변경 입력 작업(급식 물량, 검수일지, 급식일지 변경)도 수반된다. 식단 및 급식 물량이 변경되었으니 변경 조정 기안을 올리고, 업체에 변경 발주를 해야 하며 월말에 급식비 지출을 위한 지출 변경 기안까지 이어진다. 영양교사의 많은 업무 중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업무가 식단 작성과 급식계획입찰 업무다. 매달 이 작업을 하는데, 통상 한 달 중에 15일을 공을 들인다. 그런데 급식 학생 수가 변동되면서 이에 버금가는 업무량을 불시에 해내야 한다. 1학기에 수 없는 수정을 했고 이젠 웬만큼 이력이 생길 만도 한데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간다.  

비생산적인 업무의 반복도 반복이지만 영양교사는 대부분 한 학교에 한 명씩 배치되어 있어 학교 내 동료 교사들과도 이런 힘든 부분을 진정으로 공감받기 힘들다. 동료 교사들의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기보다는 영양교사의 고유 업무의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외롭게 혼자서 오롯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9월이다. 긴 긴 장마와 작열하는 태양 아래를 묵묵히 걸어왔다. 우리는 잃고 나서야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쓴 채 까르르 웃으며 달려온다. 코로나도 아이들의 본성은 이기지 못함이다.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학교급식도 너무 먹고 싶었어요. 샘이 온라인 개학 기간에 만들어서 보내준 동영상 ‘영양샘이 알려주는 급식메뉴 따라잡기’를 보고 집에서 생딸기 우유와 식빵 달걀빵 만들어 먹었어요.” 덩달아 함께 웃었다. 덩달아 흥감해졌다.

영양교사의 존재 이유는 학생의 식생활 개선과 건강하고 맛있는 급식 제공이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며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 현재가 쌓여서 미래가 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다수를 위해 개인의 헌신을 당연시해왔다. 이제는 개인의 헌신에 기대어 어떤 정책이 나오는 것은 한계가 있다. 모든 교사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할 것이다.

‘거리 두기 굵고 짧게 마쳐야 효과적’이라고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호소한다. 함께 힘을 보태야겠다. 어차피 삶 자체가 결핍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어디 한두 가질까. 너무 낙담을 말자. 나훈아의 신곡 ‘테스형!’을 들으며 마음을  달랜다. 전국의 영양교사 선생님, 영양사 선생님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