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세간을 들썩이게 했던 안산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왜 발생했는지 다각도의 조사를 하고 있으나 보존식이 폐기되어 원인 파악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과연 보존식은 식중독 발생 시 결정적 원인을 밝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보존식은 식중독 사고 발생 시 이를 역학적으로 조사하여 정확한 식중독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보관하는 음식으로, 식품위생법 제88조 제2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5조 제1항에 따라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자는 단체급식에서 조리·제공된 모든 음식(병원은 일반식만 해당)의 매회 1인분 분량을 별도의 전용 용기에 담아 –18℃ 이하로 144시간 이상 보관해야 한다.

보관하는 과정에서 용기에 의해 보관 식품의 오염이나 파손이 생길 경우 식중독의 원인을 명백히 밝힐 수 없으므로, 식약처는 보존식 보관 시 스테인리스 재질의 뚜껑이 있는 전용 용기 또는 일회용 멸균 팩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급식뿐 아니라 간식, 알레르기 등으로 소수의 인원에게 제공된 음식도 모두 이 용기 안에 담겨져야 하며, 채취자 성명, 채취 날짜, 폐기일, 메뉴명 등을 철저히 기재 후 용기에 부착해야 한다.

보존식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자에게는 식품위생법 제101조,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67조에 따라 1차 위반 시 50만 원, 2차 위반 시 100만 원, 3차 위반 시 1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보존식은 영양사의 수많은 급식관리 업무 중 겨우 한 가지 작업에 불과하다.

그러나 검사를 통해 식중독 원인 음식이 규명됐을 때는 어떤 미생물 때문에 식중독이 발생했는지, 그 식자재는 어디서 들여왔는지, 어떠한 전처리와 조리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도구들로 누가 그 음식을 조리했는지, 조리한 사람이 식중독균 보유자였는지 등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낱낱이 밝혀지게 된다.

보존식은 이러한 사태 규명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잘못된 점을 바로잡게 하는 후속 관리 방법까지 지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보존식을 누구 하나 제대로 관리하는 사람 없이 아무렇게나 담아두거나 심지어 고의로 없앴다고 하면 과연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 영양사의 부재, 제대로 된 보존식 관리 어려워

문제가 발생했던 유치원에는 상주 영양사가 없었다. 유아교육법 시행규칙 제3조 제2항에 따르면 100명 이상의 유아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유치원은 영양사 1명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5곳의 유치원을 1명의 영양사가 관리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두었다. 공동관리 영양사가 일주일에 한두 번밖에 방문하지 못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급식 위생관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어린이 급식소에서는 보존식을 부실하게 관리하는 사례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직원은 영양사가 상주하지 않는 어린이 급식소는 ▲제공되는 모든 음식을 보존식으로 보관하지 않고 몇 가지를 빠뜨리거나, ▲144시간이 안 됐는데 보존식을 버리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보존식 전용용기가 아닌 어린이용 식판에 모든 반찬들을 담아 랩에 싸서 보관하는 등 보존식 부실관리로 적발된 사례가 다양하다고 전했다.

또한 “조리 종사자, 보육 교직원 등은 보존식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교육을 하더라도 지침을 꼭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낮은 경향을 보인다”며 영양사가 상주하지 않을 경우 제대로 된 보존식 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 보존식, 지침대로 담아야

식품위생법과 식약처의 식품안전관리지침 및 식중독표준업무지침에 의하면 보존식은 1인분 분량을 담아서 보관해야 하고, 각 반찬별로 150g 이상 채취해야 한다. 하지만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반찬으로 먹는 양은 보통 20~30g이며 150g을 담는 것은 아이들 5명 정도가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영양사가 상주하지 않는 경우에는 조리 종사원이나 보육 교직원들이 보존식을 담는데 아이들 5명 정도가 먹는 양을 버리는 것이 아까워 너무 적게 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식약처 관계자에 따르면 식중독 원인조사 실험에서는 13종의 세균 배양을 위해 최소 85g~100g, 바이러스의 경우 최소 50g의 시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 150g 이상의 보존식 시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위 사례처럼 보존식을 너무 적게 담았을 경우에는 식중독 원인조사 실험이 불가능해진다. 보존식을 150g 이상 담으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어린이들의 급식 안전을 위해 어른들의 잰걸음이 필요

다행스럽게도 내년부터는 조금 더 안전하고 위생적인 유치원의 급식관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월 31일부터 유치원 3법이 실행됨에 따라 유치원 급식 운영에 필요한 시설･인력배치뿐만 아니라 식자재 관리, 영양, 위생･안전관리 등 유치원 급식 품질 및 관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유아의 건강한 성장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생각만큼 세부적인 합의 내용 도출이 안될 수도 있고, 법의 사각지대 또한 존재하게 될 것이 분명한 만큼 법 준비 기간은 물론이고 법 시행 후에도 계속해서 많은 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